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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괴물> 리뷰, 아직도 유효한 영화

 


괴물 (2006)

The Host 
9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변희봉, 고아성
정보
스릴러, 가족, 드라마, SF | 한국 | 119 분 | 2006-07-27

 

 

<미스트>를 보고 나서 '한국에는 괴물을 다룬 영화는 없나?'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괴물>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2시간을 봤는데 7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재미는 변함이 없었어요. 어릴적에 봤을 때는 스릴러로 즐겼다면 지금은 사회적인 메세지나 장르에 대해 더 보게 됐어요. 부족하지만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남겨봅니다.

 

 

<미스트>에서 사람들을 마트로 가두는 건 제목처럼 '안개'예요. 반면에 괴물에서 주인공 가족들을 마트에 가두는건 '사회'예요.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전재산을 내고 병원 밖으로 나왔을 때 폭력 앞에서, 주인공을 병원에서 막 대하는 것도, 위치추적조차 못하게 하는 것도, 이 가족들을 다시 한강의 마트로 돌아가게 해요. 약자가 해쳐나가야하는 사회는 이렇게 힘든거라는 걸 보여줘요. 더해서 가족말고 집 없는 두 형제도 마트로 들어가게 되네요.

 

 

영화의 사회는 참 제구실을 하고 있지 못해요. 그걸 보여주는 장면은 장례식장에서 처음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들어와서 유가족들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이 때 TV를 이용하려고 해요. 그런데 뉴스는 제 때 나오지 않아요. 그것말고도 여러 장면에서 불공평하고 편파적으로 보도해요.

 

 

언론 뿐아니라 나라도 대처를 잘하지 못해요. 일반인 가족들도 쉽게 잡았던 괴물에 대해 잘 대처하지 못하잖아요. 강대국에 의존하는 모습도 보여요. 뉴스에서 "한국은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없다. Agent Yellow를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나와요. 그리고 Agent Orange는 고엽제를 뜻해요. 괴물에게 쏟아지니까 괴물뿐아니라 옆에 사람들도 입에서 귀에서 피를 쏟아내요.

 

 

강대국에 대한 풍자가 많아요. 괴물의 시작이었던 포르말린부터 시작해요. 이것도 외국인 과학자로부터 비롯되었죠. 그리고 주인공을 검사하는 백인 전문가도 있어요. 신체를 다 검사해봤는데 병균이 나오지 않아 뇌로 추측을 해요. 이건 골상학이라는 논리로 19세기 흑인을 다뤘던 것과 다를바 없어요. <장고>에서 디카프리오가 해골부수며 흑인을 노예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해줬던 그거요. 약자를 대하는 강자의 억지 논리가 비춰져요. 마지막 장면의 뉴스에서는 결국 "병균은 없다"고 해요.

 

 

 

 

주인공은 첫 등장에서 부터 마트에서 계속 자고 있어요. 그리고 자기 딸의 장례식에서조차 자고 있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간 마트에서도 자고 있어요.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부터는 다시 병원에 갖히게 되는데 마취제를 정량주사해도 잠에 들지 않아요. 뇌검사를 하고 나서도 눈은 꼭 뜨고있죠. 더 잘나타난 건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대조에서예요. 마지막 장면의 마트에서는 전혀 자고 있지 않아요. 옆에 총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잠'의 대조로 보아 <괴물>에서는 권력을 가진 주체가 뭔가를 하기보다는 잠들어있는 시민이 깨야한다고 말해준다고 생각해요.

 

 

이런 괴물이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꼭 백인남성이 해결해요. 그런데 <괴물>에서는 백인남성은 괴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해요. 또 마지막 괴물을 해결하는 건 백인남성도 아니고 약도 아닌 '가족'이 힘을 합친 결과예요.

 

 

마지막으로 <괴물>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송강호는 참 사람같은 사람이랄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어요. 배두나는 수원시청 옷을 입고 양궁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에는 사투리가 없는 줄 알지만 ~거? 하는 사투리가 있긴해요. 경찰한테 따질 때 "지금 우리 무시하는 거?"라고 하는데 이런 디테일이 놀라웠어요.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참 놀라운 건 <미스트>가 사회에 대해 얘기하며 흥행에 실패했을 때, <괴물>은 사회적인 의미와 동시에 흥행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게 참 놀라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