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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블루재스민> 우디 앨런이 말하는 것

 

 다른 영화들과 비교해보자면,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거장들은 이런 테마를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가봅니다. 특히 잘나가는 사람의 몰락을 그렸다는 점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와 비슷합니다. 또 얼마 전 데이빗 러셀의 <아메리칸 허슬>과도 같습니다. 두 작품보다 <블루 재스민>이 더 좋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덜 노골적이라는 것, 그리고 더 현실적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짧은 데도 이야기의 힘이 있다는 겁니다.

 

 전 작에 비교해보자면, <로마 위드 러브>, <미드나잇 인 파리>는 유럽의 전통적인 것들에 기반해서 이야기들을 환상적이고 긍정적으로 끝맺습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블루 재스민>은 전작들과 꽤 다릅니다. 좀 더 씁쓸하고 냉정한 결말이죠. 그래서인지 코미디, 로맨스적인 요소도 거의 없습니다. 대신 <블루 재스민>에서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가 뛰어납니다.     

 

 

 영화를 보면, 엉뚱하게 미국문학이 떠오릅니다. 미국문학의 특징 중 하나는 아버지를 부정하고 어머니는 거의 없는 존재로 설정하는 겁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고아'이거나 비슷한 상태입니다. 재스민과 진저도 입양아였죠. 다른 특징으로 아메리칸 드림입니다. 그걸 대표하는 말이 재스민이 비행기에서 내려 하는 말인 "Go west" 입니다. 또 '열심히 일하면 일한만큼 번다'는 사상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로 미루어봤을 때, 재스민은 아주 미국적인 사람입니다.

 

 영화는 두 가지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사치스럽고 금빛이 감도는 때, 다른 한 가지는 멈추지 못하는 전차를 탄 듯 나락으로의 모습입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나 <로마 위드 러브>에서 인물들이 결론적으로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분명히 감독은 유럽에서와 다르게 미국에 돌아와 뭔가 안타까운 것을 느낀 겁니다.

 

 재스민은 경제력을 굉장히 원합니다. 그게 돈 있는 남자에게 의존하는 걸로 표현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거짓말을 잘합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1등석부터 바람 피는 것을 의심하는 자신을 속이는 거짓까지 그렇죠. 또한 그녀의 행동이 낳는 건, '파괴'입니다. 진저와 전남편이 헤어지게 된 것도 재스민으로 인한 것이고, 자신의 가정을 파괴하는 것도 그녀 자신입니다. 미국처럼 경제력을 원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거짓을 하고, 남는 건 파괴죠.

 

 이 과정을 우디 앨런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오마주로 사용합니다. 이 작품과 <블루 재스민>이 다른 점은 동생이 바람을 핀다는 점입니다. 재스민에게 동화된 진저가 파티에 가 유부남과 바람을 피는데, 이 때 마치 재스민처럼 자신을 속이고 경제력을 추구하고 가정을 파괴하려 합니다. 일탈의 결과는 진저도 재스민처럼 공허한 실패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진저는 재스민과 다르게 정신질환을 겪지는 않고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오마주와 또 다른 점은 '입양한' 아들이 있다는 겁니다. 영화를 보다가 굳이 나오지도 않아도 되는 아들이 나올 때는 이유가 있겠죠. 우디 앨런은 대비를 통해 우리가 의지할 것은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무언가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