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2014)

12 Years a Slave 
8.1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치에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 루피타 니용고
정보
드라마 | 미국 | 134 분 | 20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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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 12년. 이 영화는 어쩐지 실화입니다. 흑인을 소재로 한 영화들 중 가장 전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씨네21의 주성철 기자의 한줄 평이 눈에 듭니다. "사적인 별책부록보다 대중적인 교과서를 택한 매퀸". 같은 소재이지만 또 다른 영화인 <장고:분노의 추적자>를 보면, 그 시대의 흑인을 특이하게 폭력과 주체라는 것을 동시에 가진 사람으로 보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아마도 <장고>같은 영화들이 별책부록이겠지요. 반면에 <노예 12년>의 주인공인 솔로몬 노섭은 장고와 매우 대조적입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나왔듯이, 직접 채찍을 들고 다른 노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에서 그는 매몰차지 못하고 어리숙하기만 합니다. 그 어리숙함. 영화는 실화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노예 12년>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속아넘어가버린 솔로몬이 남부로 노예로 팔려가 자유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과정 속에서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는지,자유란 무엇인지, 흑인은 어떤 상황이었는가를 감독은 교과서처럼 펼쳐냅니다.

 

 먼저 이 영화의 단순한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미국입니다. 이 때 미국의 북부는 자유를, 남부는 노예를 선택했었지요. 감독은 이러한 위, 아래의 관계를 계속해서 표현합니다. 처음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밤에 여자가 솔로몬에게 찾아오는 장면에서 볼 수 있고, 백인들이 흑인을 목매다는 장면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화밭에서 말타고 흑인들을 감독하는 장면도 그렇구요. 이런 관계는 영화 속 성경에서도 나타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수와 군중, 주인과 종의 관계로 나타납니다. 포드가 성경을 읽어준 후 인디언들을 만나는 장면은 의미없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성경을 모르는 인디언들은 오히려 행복하거든요. 

 

(농장주-노예 관계는 성경 속에서 예수-군중, 주인-하인의 관계처럼 위-아래의 구조를 갖습니다. 사진처럼말이죠.)

 

 

(솔로몬의 몸의 윗부분은 죽어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아랫부분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앞선 사진처럼 위, 아래의 상태일 때 불행하고, 그 다음 사진처럼 평행하게 놓여있을 때는 행복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불안감과 대립으로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순'적인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모순의 코드는 영화 속 내내 깔려있습니다. 주인공의 진짜 이름이 솔로몬 노섭인데, 플랫으로 불려야 하는 모순, 포드의 땅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포드가 불안해해야하는 상황, 역전적으로 재해가 와서 편안해진 노섭의 상황, 그리고 전체적으로 노섭이 진짜 자신임을 증명하는 게 자신이 잘하는 바이올린도 아니고 그저 자유인증명서인 점도 또한 모순 코드의 확장이겠지요. 이런 모순을 계속해서 상기시킴으로써 영화는 그 시대의 불안감과 대립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노예 12년>이 풍자하는 점은 바로 돈에 대한 열망입니다. 엡스가 노예들을 평가할 때 보는 것은 얼마나 많은 목화를 수확했는가입니다. 특히 펫시가 다른 노예들보다 2배이상의 능률을 보이죠. 그런 그녀를 엡스가 좋아하는 것은 우연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또 돈의 움직임은 노섭을 조금이나마 괜찮았던 포드라는 주인에서 잔혹한 앱스로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지요. 뿐만 아니라 이 돈에 대한 풍자는 영화에서 당하는 입장인 흑인도 비켜가지 않습니다. 마치 신분상승한듯한 흑인 마님이 그러했고, 놀랍게도 노섭이 이렇게 된 연유는 돈에 유혹되서이니까요.

 

 

 이 '돈에 대한 열망'은 핑계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청교도적인 마인드가 그것입니다. 영화에서 성경으로 표현되는 청교도적인 면은 돈 버는 것을 합리화시켜주고, 노예제를 정당화시켜주고, 한 사람을 물건으로 전락시키는 근거로 역할합니다.

 

 <노예 12년>은 많은 이러한 모순과 그로인한 상태를 반복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를 이야기하듯이 말입니다. 물론 그 핍박의 사실들은 잊어서는 안될 과거이지만, 교과서가 문학작품이 아니듯 이 영화도 영화로써의 큰 의미를 갖기 힘들어보입니다. 솔로몬 노섭 주인공을 제외하면 다른 흑인들의 상태는 계속해서 노예라는 점과 모든 캐릭터들이 평면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점, 그리고 시작에 비해 임팩트없는 결말이 아쉽습니다. 또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전작들의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월드워 Z>에서 세계를 구하는 브래드피트는 <노예 12년>에서도 마찬가지로 구하는 역할이고, <X맨:퍼스트클래스>에서 고집스런 매그니토역을 맡았던 마이클 패스벤더 역시 굽힐줄모르는 농장주 역할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교과서적이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상도동너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