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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테이크 쉘터> 마지막 장면의 해석

 


테이크 쉘터 (2013)

Take Shelter 
7.5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마이클 섀넌, 제시카 차스테인, 쉬어 윙햄, 캐시 베이커, 케이티 믹슨
정보
드라마 | 미국 | 120 분 | 201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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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크 쉘터>를 봤습니다. 감독의 다른 작품인 <머드>보다 좀 더 강한 인상을 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특히 마이클 섀넌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표현하는 배우인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감독인 제프니콜스의 작품에 <테이크 쉘터>의 주연부터 <머드>의 조연고, 앞으로 나올 <미드나잇 스폐셜>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작품 자체는 가볍게, 재미를 위해 볼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히 이야기를 차분히 따라가다보면 강한 인상을 받게 되죠. 때문에 추천합니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아래로는 영화를 본 후에 보길 바랍니다.

 

 

 

 영화는 '혼란'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테이크 쉘터>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들과 다르게 이 혼란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합니다. 처음 영화가 시작하게 되면 관객은 커티스의 꿈을 보게 됩니다. 실제로 폭풍우가 올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난 영화인가 싶은 생각이 들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좀 심한 비정도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곤 점점 꿈과 현실 사이에서 이상해져가는 커티스를 볼 수 있습니다.

 

 커티스의 혼란 정도는 점점 감당할 수 없어지다가 첫 번째 폭풍우를 만나고 방공호에 숨고, 그 폭풍우가 견딜만 했다는 것을 보고나서야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관객들이 쉽게 예상할 수 없는 두 번째 폭풍우는 '뭐야?'하는 생각이 들게 하죠. 이 폭풍우가 진짜일지 아닐지에 대해서 영화는 균형감있게 증거를 제시합니다.

 

 

 그 동안 커티스의 꿈에서는 커티스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감정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마지막 장면의 구성이 커티스의 관점이라기보다는 그의 아내 사만다에게 맞춰져 있죠. 이게 두 번째 폭풍우가 현실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꿈이라는 증거는 영화의 초반, 사만다는 아이가 못달린 판자를 가지고 노는 것을 보고도 놀라는데 폭풍우가 현실이였다면 차분히 "Okay"라고만 하지 않았겠다는 겁니다. 게다가 마지막 바로 앞의 장면은 정신과 전문의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라고 말한 직후이기도 하구요. 혼란스러운 결말이죠!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이성과 비이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꿈은 대표적인 '비이성'이죠. 그런 꿈을 꾸는 커티스를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것으로 봅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치료를 받는 장면입니다. 처음 병원에서는 진정제를 주지만 효과가 없습니다. 또 상담사를 찾아가도, 다른 상담사가 와도 소용이 없습니다. 세 번 모두 공통적으로 '커티스의 어머니'에 대해 묻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증상조차 없었습니다. '이성'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커티스가 해고 되었을 때 사만다의 위로도 결국 커티스를 꿈에서 헤어나오게 하지못합니다. 오히려 라이온스 클럽에서 소리치게 만들죠. 듀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객이 혼란스러운 것은 논리적이지 못한 '비이성'이 자꾸만 승리하기 때문입니다. 꿈 속에서는 미친 것 같은 강아지가, 아내가, 폭풍우가 커티스를 이기고, 현실에서는 미친 것 같은 커티스가 듀워트를 이기고, 상담사보다 잘 알고, 결국 첫 번째 폭풍우에 방공호가 쓰이죠. 이런 맥락에서 두 번째 폭풍우가 실제이거나 가상이거나의 차이는 없습니다. 실제일 경우에는 커티스의 미친 것만 같았다는 것이 사실은 예지몽이었다는 승리가 되고 가상일 경우에는 전문치료사의 처방도 소용이 없다는 승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노아의 방주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최근에는 노아의 방주가 진실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그러나 노아의 방주가 진실이었던 거짓이었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더불어, <테이크 쉘터>는 폭풍우같은 자연스러운 공포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 공포를 보여주는데,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경제가 그렇습니다. 약, 방독면, 아이의 치료비, 심지어 방공호(쉘터)를 만드는 비용조차도 값이 비싸죠. 가족을 무너뜨리는 것은 오히려 경제적인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메소포타미아가 주기적인 홍수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탄생시킨 것처럼, 경기순환이 끝없이 상향과 하향을 반복하는 것 때문에 영화 <테이크 쉘터>가 나온 것 아닐지 생각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