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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2013 <장고:분노의 추적자> 리뷰


장고:분노의 추적자 (2013)

Django Unchained 
8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제이미 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토프 왈츠, 케리 워싱턴, 사무엘 L. 잭슨
정보
드라마,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65 분 | 2013-03-21

 

 

 

영화를 잘보고 의문이 드는 점은 원제가 "Django Unchained"인데 왜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분노의 추적자 일까요? 분노의 추적자라고 하면 너무 복수라는 의미에만 초점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킬 빌>도 그렇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여러가지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길이 많은 것 같아요.

 

 

분노의 추적자에 맞추어 생각했을 때는 "대체역사소설"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왜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가 이랬다면 어떨까? 하는 식의 작품들 있잖아요. 미국의 노예제도를 바라보면 노예들은 백인에 맞춰주고 행동하고 영화 속 스티븐같은 흑인들이 주인공 장고같은 인물들 보다 많이 있었겠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폭력이 당시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에게 행해질 때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다만 좀 아쉬운 점은 남북전쟁에서 흑인의 주체적인 역할이 많지 않았듯이, 이 영화에서도 장고는 끌려가다가 닥터를 만나 노예에서 벗어나졌고, 그의 연인을 찾을 때 조차도 닥터에게 의존하는 의존적인 점이 좀 아쉬워요. 닥터가 죽고 나서도 그의 시신에서 자유인 문서를 찾기 때문에 그 자유를 보장받으니까요.

 

 

또 <장고>에서는 기억에 남는 은유적인 표현이 많아요. 장고가 자신과 그의 애인을 괴롭혔던 삼형제를 죽일 때가 인상깊어요. 첫째는 가슴팍에 성서가 찢겨져 붙어있어요. 이 낱장 또한 흰색이고 붉은 피가 흐르며 넘어지죠. 교회를 백인들의 발전에 이용한 것을 풍자했다고 생각해요. 둘째는 장고가 채찍을 휘두르는데 이건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총이 아니더라도 힘이 약해서 이런 지배를 당하는 건 아니다라는 걸로 보였고 막내가 죽을 때는 목화에 피가 뿌려져요. 당시에 목화는 미국 남부의 주요 생산품이였고 이 때문에 노예가 필요했었거든요. 흰색 목화에 피가 뿌려진 것 또한 어떤 풍자겠죠? 또 디카프리오가 죽을 때도 그의 가슴팍의 흰 꽃에 총알이 명중해요. 그리고 캔디의 집안에서 총을 쏴 댈때 그의 하얀 집도 피로 물들어버리죠.

 

 

이런 살인의 계기는 닥터 킹 슐츠를 만나고부터예요. 이 인물은 의외로 고향이 독일이에요. 그리고 장고의 연인, 브룸힐다의 이름명 자체가 독일 동화에서 비롯된 연관을 가져요. 닥터는 동화를 얘기해주는데 마치 동화 속 영웅인 지그프리드가 장고처럼 보이고 브룸힐다는 공주, 구해야할 대상이라는 점에서 동화와 정확히 병치되죠. 그리고 닥터는 장고에게 자유를 줬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아버지라는 형상에 가까워져요. 장고에게 협상, 말의 의미, 아들과 있는 범인을 잡는 장면에서 잔혹한 면까지 가르쳐줘요. 장고는 완벽하게 배워 어떤 면에서는 닥터를 능가하기도 해요.

 

다음 인상깊은 장면은 닥터가 캘빈 캔디에게 돈을 빼앗기고 화내는 장면에서 흑인이 하프를 연주하는데, 이 때 나오는 노래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예요. 다른 노래들을 찾아보면 알겠지만 다 제목과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왜 뜬금없이 엘리제를 위하여를 넣었을까하고 생각해봤어요. 제 생각에는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의미가 있지않을까해요. 엘리제를 위하여는 아~주 유명한 곡이니까요. 베토벤이라는 인물이 장고와 매치되는 어떤 부분이 있어요. 일단 그 둘이 갖는 사회적인 disadvantage가 좀 닮았는데 장고는 흑인이였고 베토벤은 키도작고 못생겨서 사랑을 잃기도 했고, 나중에는 청각도 잃은 장애인이니까 닮은 부분이 있어요. (베토벤은 싸울 때도 격렬하게 싸웠다고 해요.) 또한 장고는 어떻게 보면 흑인 영웅이잖아요. 동화 속에서처럼. 여기서 베토벤의 3번 교향곡 영웅이 떠올랐어요. 영웅을 창작할 때는 베토벤이 귀가 거의 안들릴 때거든요. 둘 다 어떤 불굴의 의지가 느껴졌어요.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봤는데 어떻게 생각해봐도 재미있어요! 그렇지만 165분은 좀 길었어요. 여러번 보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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