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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리뷰: 그림같은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2013)

The Past 
7.7
감독
아쉬가르 파르하디
출연
베레니스 베조, 타하 라힘, 알리 모사파, 폴린느 뷔를레, 엘리 아귀
정보
드라마, 미스터리 | 이란 | 130 분 | 2013-12-26

 

아쉬가르 파르하지 감독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보고 왔습니다. 다른 영화들은 객석이 가득찼는데 유독 이 영화만 자리가 남았더군요. 여튼 영화를 곱씹으면서 드는 생각은 한 집안을 그린 그림같았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인물들이 해야하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선택들 속에서 관객들로부터 하여금 영화에 집중하게 만드는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아마드가 4년만에 이란에서 프랑스로 날아와 마리를 만납니다. 이들은 이혼을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실수로 자동차를 후진시키는 마리, 길을 틀리는 실수를 하는 아마드, 눈이 따가운 사미르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뭔가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줄거리를 정재형이 나레이션을 맡아 요약해주는 영상이 있어서 가져와봤습니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영화에서는 이런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여러가지 주제들이 혼재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이유는 인물들 중에 절대 악(惡)이 없어서 입니다. 모두 다 그럴만한 이유들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도 영화에서는 비극이 발생합니다. 이 비극은 어떤 해결도 없이 끝이납니다. 처음 아마드가 마리의 집에 들어갈 때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던 모습과 아마드가 마리의 집에서 나오면서 아이들이 놀던 모습이 변화가 없습니다. 때문에 보고 나서는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아마드가 처음 아이들을 만나 자전거 체인을 고쳐줍니다.)

 

(아마드가 떠나기 전 나무에 걸린 비행기를 내려줍니다.)

 

아마도 감독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현재를 반영했기 때문에 결론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같습니다. 더하자면, 과거의 이야기들이 선과 악을 구분하고 선이 승리해 기뻐했다면 현재는 선과 선이 충돌해 어느 쪽이 승리해도 계속 슬플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흥부와 놀부이야기가 과거에는 선악의 대결이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놀부도 핑계를 갖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런 의미만 담고 있다면 좋은 영화가 아니겠으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회를 거듭할수록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꼭 드라마 1시즌을 압축해 놓은 것같은 거듭되는 반전이 들어있습니다. 게다가 그 반전의 이야기들은 계속 규모가 커질뿐아니라 관객들 입장에서도 쉽게 하기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합니다.

 

 

또 다른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요소는 사운드가 없는 장면 연출입니다. 첫 장면부터 이런 방식이 사용되는데 비행기에서 내린 아마드와 마리가 공항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유리를 사이에 두고 마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장면과 관객을 약국안에 두고 마리와 사미르가 대화하는 모습만 보여주어 대화를 알 수 없게 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이런 사운드의 여백이 관객들을 생각하게 하며 각자 나름의 판단을 해보게 하는 장면이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예술적인 면과 구조를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였으나 반전의 재미를 위해 복선을 쌓는 과정이 길어 조금은 지루한 느낌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참, 연기자들은 굉~장히 연기를 잘합니다!